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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책, 영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추천 '날씨의 아이' -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마음껏 뿜어내다.

by rudnine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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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버스안에서 2시간 가까이 있었다. 버스창문으로 보이는 빗줄기를 계속 보고 있다보니, 그냥 문득 재난영화 한편이 보고 싶어졌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다. 무언가 영화를 본다면, 온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걸 골라야 했다. 아이들도 같이 볼수있을만한 작품을 고르려니 쉽지 않았다. 폭력성, 선정성을 배제하고 영화를 찾으니, 남은 작품이 몇 되지 않았다.

힘들게 찾은 작품 중에 '날씨의 아이'가 있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란건 알고 있었는데, 이 만화가 재난영화 카테고리에 왜 들어가는걸까?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전에도 몇 번 아이들에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작품이였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영 재미없다는 식이였다. 미야자키하야오 류의 애니메이션이 요즘 세대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일까?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일단 시작해봤다. 한 10분 정도 시청하다가 또 지루해한다면, 그때 바꿔보자 하는 마음이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그리고, 나 역시 영상미에 빠져들고 있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구름의 풍경이라던가, 하늘 어딘가에서 광각렌즈로 찍은 듯한 반원형의 지구, 그리고 사진으로 착각할 법한 세밀한 묘사가 살아있는 배경장면들이 살아있는 듯이 다가왔다. 

 

어딘가에서 읽은적이 있는데, 신카이마코토 작품 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일부러 그 장소들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도 많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날씨의 아이를 보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흔한 일본의 풍경인데, 어딘가 모르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아름다운 수채화로 문들여 놓았다. 저 장소를 가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억 속 어딘가에 있는 듯한 오묘한 느낌이 문득문득 들어온다. 이건 다른 애니메이션의 채색에서는 볼 수 없는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다. 

 

구름, 무지개, 빗물 등의 표현은 '너의 이름은' 이라는 작품에서도 수없이 보여주었듯이 탁월한 연출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추적추적하게 젖어있는 도시의 풍경이라던가, 그 속에 앉아있는 인물 위로 은은하게 비춰지는 경찰차의 사이렌 불빛의 세밀한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은은하게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 그냥 콘티화면을 먼저 찍어놓고, 그걸 다시 채색한걸로 착각할만큼 주변배경에 대한 묘사가 뛰어났다. 

 

또 하나의 장점은 속도감이다. 보고있으면 정적 속에서 흐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스피디한 전개들이 발생한다. 생각나는 장면들이 뭐가 있더라... 남주가 처음 도쿄에 상경했을때, 숙박할 장소를 찾아 해메이는 장면이 있다. 여러 장소를 도전했다가 문전박대 당하는 장면인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면들을 스피드 있는 전개로 잘 표현했다. 이런걸 연출력이 좋다고 하는걸까.

 

싸우는 장면이라던가, 오토바이 추격신 같은 부분들은 장면들이 그냥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느껴진다. 긴박감이 있다. 남주가 동네건달과 싸우는 장면이 있다. 엎어진 상태에서 파운딩을 당하는데, 맞을때 장면 전체가 잠깐 흔들린다. 애니에서 이런 연출이 가능한 것이였나? 어쨌든, 그 덕분에 남주가 맞는 주먹 한대의 충격이 상당히 다가온다. 

 

그런데, 재미있게 보는 와중에 자꾸 의문이 생긴다. 가족들도 물어본다. 이게 재난영화라구? 

 

그렇다. 재난의 상황이 나오기는 한다. 워낙 따뜻한 풍경과 인물들 속에 가려져 있어서 잘 안보일 뿐이다. 

 


쓰다보니 피곤해져서 이만 줄여야겠다.

늦은 시간에 글을 쓰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가족이 함께 꽤 재미있게 본 애니였다. 

일본애니 특유의 선정성도 없는 편이고, 잔인한 장면도 없다. 재난의 상황도 배경에 불과하게 느껴질 정도. 

그냥,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 도 약간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애니 정도로 요약이 되려나...

 

참고로,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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