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빠져서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의 공감이 아니다. 의사 입장에서의 공감이다. 왜 그럴까. 난 의사라는 직업과는 한참 먼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그냥 우리네 직장생활 이야기와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직업이 의사일 뿐, 회사 조직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희노애락이 같이 들어 있다. 선배의 이야기, 후배의 이야기, 상사의 이야기, 고객에 대한 이야기 등. 그 안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마음을 의지한다. 실력들도 좋다. 아, 그렇다. 직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성공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5명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다들 개성있지만, 공통되는 한가지는 자기 분야에서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저 힘든 생활들을 웃으면서 버텨나갈 수 있겠지.
그런데, 10회차 정도까지 보면서 느껴지는 이상한 점이 한가지 있었다. 이상하다기 보다는 다른 드라마와 무언가 다른 점. 이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바로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점이였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신기하게도 각 에피소드의 정점이 없다. 이익준의 부인이 바람피는 장면을 눈치챈 이후, 다른 드라마 같으면 격렬하게 붙는 장면이 나올법도 하건만, 이 드라마는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가 버린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간다. 다음회차를 보면 이익준은 이미 이혼해 있다. 그러다가, 환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독백하듯이 담담히 지나간 일을 얘기한다. 독백하듯이 조용히 장면이 흘러간다.
그 부분을 의식하고 보니, 매회 모든 에피소드의 정점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듯이 처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채송화의 남친이 바람 폈을 때도 마찬가지. 이미 헤어진 이후에, 나중에 김준완의 배려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시청자는 다 눈치채고 있지만 말이다. 다른 에피소드는 뭐가 있더라. 10회 까지 보고 나니, 앞부분이 잘 기억이 안난다. 아, 양석형의 부친이 죽는 장면에서도 그랬다. 수술은 했지만, 심정지가 길었기에 의식이 없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바하는 컷이 전혀 없다. 이런 화면이 오히려 해당장면을 훨씬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격렬한 느낌은 없는데, 고요 속에서 슬픔이 짙게 깔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방식이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답답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보다 보니 굉장히 세련된 편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톤이 느껴졌다. 저 많은 에피소드 속에서 보여지는 단 하나의 톤은 '일상' 이라는 것이였다.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보는 것. 의사의 일상도, 아파서 죽어가는 환자의 한 순간도, 간호사의 힘든 하루도, 다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중의 하나같이 보인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 예전에 보던 의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낀다. 정말, 웰메이드.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게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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